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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력과 친화력있어야

  • 글로벌경마팀
  • 수의사로 입사해 국제경주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마사회 글로벌경마팀 유승호 차장을 인터뷰했다.

2015.08.188,840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글로벌경마팀 유승호 차장입니다. 수의사로 한국마사회에 입사해 심판위원을 거쳐 2013년부터 국제경주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색 경력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수의사를 하다 심판위원이 되는 건 흔한 일인가요?

드문 일은 아닙니다. 외국에서도 자주 있는 경우고요. 심판위원은 말이 뛰는 모습이나 건강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수의사 출신은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심판위원은 말이나 수의 업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해요. 마체 검사나 금지약물 검사 등 말과 밀접한 일을 하기 때문이죠.

 

국제경주 담당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경마가 말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다루는 것 같아서 이런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해, 경마 쪽 업무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중 2007년 홍콩으로 연수를 갔습니다. 거기서 경기를 보며 경마 수준의 최고 정점에 국제경주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언젠가 국제경주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국제경주를 하려면 회사에서 물적, 인적자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 자원이 2013년에 마련된 거죠. 2004~2005년에 국제 업무를 한 적이 있었고, 국제경주에 뜻이 있었기 때문에 국제경주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말을 수단으로 다루는 경마 문화 바꾸고 싶어

 

 

말이 바다를 건너는 일이라, 국제경주 여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솔직히 위험요소가 매우 많았습니다. 말이 해외를 왔다 갔다 하니까 검역체계를 마련해야 했고, 경주마가 무사히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했죠. 아무 것도 없이 일단 계획만 있는 상태에서 투입이 됐습니다. 처음엔 어느 누구도 가능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죠. 특히 검역체계 같은 경우엔 담당자가 열심히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 양국 정부 간 합의가 도출돼야 합니다. 정부를 푸시하는 입장인 거죠. 국제경주 첫 해에 한일 간 경마를 진행했는데, 박근혜 정권이 들어오고 5월까지 정부조직개편 중이라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성사시켜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말이 우승하고, 일본에서는 우리 말이 우승하며 서로 좋은 그림을 만들어냈죠.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경주를 보며 관객들도 좋은 호응을 보여줬어요.

 

일본 이후엔 어떤 나라와 국제경주를 하셨나요?

2014년에는 싱가포르로 대상국을 확대했습니다. 말 입국 이틀 전 양국 간 검역체계가 극적으로 타결돼서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는 아랍에미리트 간 경주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아랍권은 문화가 달라서 일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도 2013년 한일 국제경주가 성사돼서 사업이 탄력을 받아 계속해서 1개국씩 확대해나갈 수 있었죠. 이는 해외와 비교했을 때 엄청난 스피드입니다. 매해 1개국씩 늘려나간다고 하면 해외 관계자들은 다들 깜짝 놀라죠.  


 

아무도 가능할 거라 생각지 않았던 사업을 성공 궤도에



국제경주와 일반경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쉽게 말해서 K리그와 A매치라 보시면 됩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고, 말을 통한 국위선양도 할 수 있죠. 국제경주는 ‘말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보는 것’의 결정체입니다.

 

과거에도 국제 업무를 했다고 하셨는데, 당시엔 국제경주를 하지는 않았나요? 어떤 업무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2004~2005년엔 국제협력팀이 있었습니다. 인적교류를 주로 했어요. 해외 출장을 다니고 보고서나 메일을 작성하는 등의 업무 위주였어요. 당시에는 말이 오가는 국제경주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글로벌경마팀에서는 신입사원을 뽑지는 않나요?

보통은 입사하고 다른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 오는 편입니다. 하지만 경마나 말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마사회에 입사해 국제경마 업무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업무 시에는 영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중국어, 일본어 같은 특수어 인력도 비정기적으로 채용하고 있고요.

 

하루 일과가 다이내믹할 것 같아요.

네. 일과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편입니다. 두바이나 유럽권과 일하려면 오후 늦게부터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6시 이후에 연락해야 해요. 또한 성과가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합니다. 해외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와도 계속 대화를 해야 하죠. 세종시에 있는 정부부처, 인천공항 등 검역관, 세관 등에도 입국 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국제경주 담당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나요?

우선 챙겨야 할 것이 많습니다. 말은 ‘주인, 관리하는 사람, 타는 사람’이 모두 다릅니다. 말이 이동 시 알아야 할 사항이 많은데, 이를 모두에게 상세히 알려줘야 해요. 말은 적게는 3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자산입니다. 사전에 계획과 일정을 확실하게 세우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도 잘 알아둬야 합니다. 또한 현지에서 평소에 먹던 것과 가장 유사한 사료를 찾아서 조달해주는 것도 국제경주 담당자의 몫입니다. 말 한 마리가 20kg 1포대를 3-4일이면 다 먹으니 식물 검역도 문제지만, 검역에 통과한다 하더라도 그 엄청난 양을 다 가지고 갈 수는 없는 일이죠. 말 수송을 위해 운송업체를 물색해 계약을 진행하고, 영양보충이나 부상 시 쓰는 약이 해당 국가의 금지약물 규정에 걸리지는 않는지도 알아둬야 합니다. 말 원정계획을 세울 때는 섭외된 말의 마주가 요구하는 사항을 정리해서 파악하고, 반대로 상대국 말의 요구사항도 체크합니다. 마사회는 쉬는 날이 ‘월, 화’지만, 연락이 오면 계속 받아야 합니다. 평소에 피곤하긴 하지만 결과가 나오면 뿌듯합니다.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능동적인 업무 진행이 필수



장단점을 얘기해 주세요.

휴일에도 연락이 오면 응대해야 하니까 삶에 여유는 좀 없지만, 1년에 한 번 결과물이 확실하게 나오니까 성취감이 들어요. 다른 국가와 우리 정부와 함께 무언가를 같이 일궈낸다는 보람이 크죠. 또 큰 인연을 맺게 되는 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를 고마워하고, 회사라는 울타리 밖에서도 계속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단점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최종적으로 어긋나면 모든 게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리스크가 큰 일입니다. 영화 제작 때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과 비슷해요. 캐스팅이 될 것 같다가도 마지막에 안 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아랍에미리트와 함께 하는 올해가 가장 큰 고비네요(웃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요.

일본과 했던 첫 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경마 수준이 높기 때문에 원정 경기를 갔을 때 우승은 바라지도 않았어요. 가장 최고의 목표가 ‘안전’이었고 두 번째가 ‘너무 창피하지 않게만 하자’였어요. 게다가 우리 말은 별로 인기가 없는 말이라 베팅한 사람도 적었죠. 어느 누구도 우리 말이 우승할 거라 생각지 않았어요. 한국 사람들도 별로 돈을 걸지 않았어요. 근데 우리 말이 우승하면서 ‘스포츠가 주는 감동이 이런 거구나’ 느꼈습니다. 교포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일본에서 열리는 고국의 첫 경기인데다 우승까지 했으니, 할머니 한 분은 매우 기뻐하시면서 절하듯이 허리를 숙이시며 박수를 치셨어요. 그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처음엔 과연 성사가 되기나 할까 우려했었는데, 시행은 물론 우승까지 해서 마사회에서는 경마로 할 수 있는 ‘대박 사업’이라는 이미지가 생겼어요. 원정을 나가서 우승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풍토나 기후도 다르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료도 평소와는 다를 수밖에 없고, 말이 단기간에 적응해서 좋은 성적은 내기는 힘들어요.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본에서 우승을 했으니, 정말 영화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낸 거죠.

 

국제경주 담당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적성에 맞아야 해요. 외국어만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성격이 우유부단하면 힘들어요. 진행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어느 시점이 되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오거든요. 때로는 관계자들에게 언짢을 수 있는 얘기도 해야 돼요. 결단력이 있으면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성격이 좋아요.

 

그렇다면 그런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던 활동이나 경험이 있나요?

성당에서 6년 동안 주일학교 교사를 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학부모,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하는 활동을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상대에 맞춰 사람을 대하는 법을 그 때 배운 것 같습니다.  


 

외국어 실력 보다 인간관계 능력

 

 

‘좋은 일’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교과서적으로 답변한다면 자아실현과 사회참여가 가능한 일이겠죠. 하지만 자기가 만족하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의 7~80%를 회사에서 보내는데, 그 시간이 무기력하고 괴로운 것보다는 재미를 느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고민도 해보고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닐까요? 물론 사회에 해가 되면 안 되겠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대학생과 취준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처음에 삼성전자 승마단에 수의사로서 취업했어요. 8개월을 해보니 ‘관리두수가 적어 시작하는 수의사로서 경험을 축적하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후 10개월은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했어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시험도 봤었죠. 대학원에서 박사 공부를 할 때는 교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어요. 근데 막상 박사가 되니까 내가 연구원 체질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비즈니스가 적성에 맞다고 판단해 하나씩 하나씩 선택하다 보니 이렇게 흘러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선택의 기로에서 더 마음이 가는 쪽을 택하다 보니 현재 모습이 된 거죠. 도전하는 걸 두려워 말고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